고택사진

수백년을 이어온 종택에서 보고 배우고 느끼는 사우당종택(四友堂宗宅)

한옥의 여백이 아름다운 것은 그 안에 우리 선인들의 얼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까치산과 연비산이 품고 있는 윤동마을에 깊은 여백을 지닌 사우당이 자리하고 있다. 지극한 정성으로 한결같이 마을과 집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기에 사우당의 아름다움이 더욱 빛난다. 600년을 이어온 종갓집 사우당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지혜와 감동을 전하고 있다. 

600년을 이어온 의성 김씨 종가

경북 성주 윤동마을에 자리한 사우당은 조선 개국공신 김용초(金用超) 선생을 모시는 종택이다. 사우당이라는 이름은 윤동마을에 입향한 김관석(金關石) 선생의 호를 가져온 것이다. 조선 중종조의 학자인 김관석 선생이 이곳에 터를 잡은 이후로 지금까지도 윤동마을은 의성 김씨(義城金氏) 집성촌이다. 마을 안에 사당인 세덕사와 사적비, 13채의 재실이 있어 조상들의 뜻을 기리고 제사를 지낸다. 600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 맥을 이어온 중심에 의성 김씨 종가 사우당이 있다. 흔히 큰집이라고도 부르는 종갓집은 단지 맏이로 이어져 내려온 집일 뿐 아니라 마을의 정신적 지주이자 구심점이다. 또한, 예부터 후학을 양성하던 곳으로서 이 지역 학풍에 미친 영향력과 건축물로서의 보존 가치를 인정받아 경북 문화재 제561호로 등록되어 있다. 현재 21대 종손 김기대 씨와 종부 류정숙 씨가 종택을 지키며, 사라져가는 종가 문화를 널리 알리는 일까지 도맡고 있다. 

한옥 7채가 모여있는 아름다운 고택

윤동마을에서는 한적한 시골 길 어귀마다 세월이 켜켜이 쌓인 고택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기와를 얹은 돌담 따라 느릿느릿 걷다 보면 어렵지 않게 사우당을 찾을 수 있다. 기슭에서부터 낮은 산비탈을 따라 나란히 서 있는 한옥이 7채. 먹색 기와의 곡선이 너울너울 이어진다. 가까이 다가가면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은 대문채다. 푹신한 잔디 바닥, 갖가지 야생화와 관목이 손님을 맞아준다. 대문을 통해 들여다본 마당은 아늑하고 정겨운 느낌이다. 작은 텃밭에는 고추가 익어가고 장독대에는 크고 작은 항아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종손과 종부가 지내는 살림집과 다도 체험, 숙박 등을 하는 다도 예절 교육원이 있고, 그보다 더 위, 저 높은 곳에 사우당과 영모당(永慕堂)이 아래를 굽어보고 있다. 영모당은 김용초 선생의 추모당이다. 사우당은 더없이 소박하고 고아하다. 반듯한 기둥과 낮은 천장, 은근하게 굽이진 처마 끝으로 하늘을 받들고 서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온고지신의 삶을 체험하는 장

사우당 안에 있는 다도 예절 교육원에서 ‘다도 체험’이나 ‘예절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 학생들이 단체로 오는 경우도 잦다. 교육원 안에는 종부의 애정이 어린 수많은 다기가 전시되어 있어 감상하기에도 좋다. 종부의 정성과 손맛이 담긴 향긋한 연잎차 한 잔 마시기 위해 먼 길 마다치 않고 찾아오는 이들도 있단다. 주말에는 아이 손을 잡고 쉬러 온 가족들이 많다. 사우당 어디를 둘러봐도 아이들의 배울 거리, 놀 거리가 가득하다. 망태기, 지게, 키 등의 옛날 농기구와 옷감을 짜던 베틀, 벼루와 연적 등의 문방구와 고서적들, 꽹과리, 북, 징 등의 풍물까지. 물건마다 이름표를 붙여 놓은 배려도 더했다. 매년 성년식 행사도 연다. 이처럼 사우당은 곳곳마다 사람의 정성이 묻어나고, 오고 가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